• — 일정과 답장과 기억을 옮기고 나서, 돌아온 시간은 어디로 가는가 어떤 사람들은 더는 일정표를 직접 보지 않는다. 받은편지함도 열지 않는다. 알림이 오면, 화면 너머에서 무언가가 이미 답장의 초안을 띄워 놓는다. 처음에는 한 시간이 돌아오고, 다음에는 두 시간이 돌아온다. 그렇게 돌아온 시간이 어디로 가는지는, 정작 자기도 모른다. 어느 시기부터, 매일 받는 직원들의 일일 업무 보고가 부담스러워졌다.…

  • 2019년 10월 16일, 캘리포니아 몬터레이만에서 80여 마일 떨어진 바다. 탐사선 노틸러스호(E/V Nautilus)의 연구팀은 그날 ‘문어 정원(octopus garden)’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. 수심 3,238미터 — 빛이라곤 한 줌도 닿지 않는, 수압이 사람을 종잇장처럼 구겨버리는 깊이. 원격 잠수정의 카메라가 데이비드슨 해산(Davidson Seamount)의 검은 바닥을 훑던 중,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이 화면에 들어왔다. 고래 한 마리의 뼈대였다. 길이 4~5미터,…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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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새벽, 애리조나 투손 외곽의 흙길 위로 급수 탱크차 한 대가 시 경계선을 넘는다. 차에 실린 것은 도시 수도관에서 나온 식수다. 사람이 마실 수 있는 물. 그 물은 사막 한가운데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 부지에 도착해, 마시지도 농사에 쓰이지도 않고 그저 맨흙에 뿌려진다 — 흙먼지를 가라앉히려고. 한 시공사가 시의 허가도 없이 건설용 수도 계량기를 따 약 65만…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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